한번 말을 걸어볼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고,
인터넷이 자꾸 끊겨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왔다갔다 했다는 그의 신호가
마치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라고 하는 신호같았고,
대화명이 나에 관련된 말로 잠깐이라도 바뀌어있길 바라고,
결국 쪽지 하나 보내고, 답장이 안 올까봐 걱정하고,
답장이 오면 좋아라하고,
사소한 어미에도 신경이 쓰여서 한번 고쳐보기도 하고,
내가 너무 따분한 말을 늘어놓진 않나 하는 걱정과 함께 쪽지를 보내고,
매일 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봤다는 뉘앙스를 풍기지 않게 조심하고,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미니홈피에서 한번쯤 우연히 보았다는 듯 그의 남자친구 얘길 꺼내고,
남자친구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우울해지고,
남자친구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아도 그래도 좋아보인다고, 좋겠다고, 부럽다고 맘에 없는 말 하고,
한번 만나자는 말을 어렵게 꺼냈는데 차마 정확한 날짜는 잡지 못하고,
그를 눈앞에 두고도 그리워한 것은 무려 5년 전 일인데,
그것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해 아직도 그리워하고,
쪽지가 몇 번 오가지도 못한 채 먼저 나가봐야겠다는 그의 말에 슬퍼하고,
너는 정말로 단 하나의 감정의 티끌조차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난 너의 사소한 행동하나하나에 감정이 파도가 모래 쓸어가듯 힘없이 휘둘리는 게 또 슬퍼.
하지만 또 너를 만나기라도 해서 내가 너에게 가지고 있었던 그 아릿함, 슬픔이 사라지는 것도 두려워서
아이러니하게도 선뜻 만나고싶진 않더라.
내가 너에게 가진 이 감정들이 좋지 않지만 잃고싶지도 않아서 ..
나... 그냥 외로워서, 주위에 있는 남자가 나에게 고백해오면 나 그냥 사귈까봐...
너에게 가지고 있는 그런 감정 따윈 없겠지만서도...